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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게일 허니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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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게일 허니먼

 

'엘리너 올리펀트'라는 특이한 이름의 여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을 읽었다. 최근에 자기계발 목적을 갖고 생활 하다 보니 경제, 경영 위주의 실용서만 접하다 소설은 오랜만이었다. 어떤 경위로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도 "혼자인 삶을 아주 경쾌하게 그려낸 소설"이라는 면에서 끌리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독립해서 생활한지 이제 1년이 되어간다. 혼자만의 생활이 평화롭고 안정적이지만 때론 자극 없는 생활이 무미건조하고 단조롭게 느껴질 때도 있다. 복잡하게 머리 아픈 것보다 김빠진 맥주 같은 지금의 생활이 백배는 더 행복하다고 할 수 있지만, 무언가 부족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그런 면에서 인간은 혼자서 살아가기엔 힘든 동물이라는데 동의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주인공 올리펀트는 나와 같이 반복적이고 혼자인 일상을 묵묵히 살아간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어릴 적 사고로 인한 어두운 기억과 얼굴에 지울 수 없는 흉터를 안고 있다. 자신에 대한 기대가 없는 만큼 인생이 특별히 나아질 거라는 희망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초반의 지루해보이는 그녀의 일상에 작은 사건이 생기며 그에 얽힌 동료와의 관계가 그녀를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

어릴 적 그녀에게 벌어진 사고는 어떤것이었을 지 호기심 가득한 마음에 책장을 빠르게 넘겼다. 상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가진 그녀를 보며 주변 사람들이 떠올랐다. 막연히 안쓰러운 마음을 품고 있었지만 온전히 생각해 본 적 없는 그들의 아픔이...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치부해버리던 그 사람들의 속마음을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헤아려보고 싶었다. 책에선 진심이라는 단어가 유독 눈에 띄었다.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그 '진심'... 눈빛 하나, 손의 포개짐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것을 전할 수 있다. 애써 상황을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소설의 마지막 글귀처럼 그저 같이 있어줄 누군가가 되어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01 ....외로움은 그 경험을 종결시키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이 특징이다. 그 욕망은 단순히 의지를 보인다고 해서, 혹은 외출을 더 자주 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친밀한 관계를 발전시킴으로써만 이루어진다. 말하기는 쉬워도 실행하기는 어려운데, 특히 상실이나 추방 혹은 편견의 상태에서 비롯한 외로움을 지닌 이들,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을 갈망하면서도 사람들을 두려워하거나 불신할 이유가 있는 이들에게 그렇다.

#02 ... 사람은 외로워질수록 사회의 흐름을 타는 데 서툴러진다. 외로움은 곰팡이나 털처럼 주위에서 자라나고, 아무리 접촉을 원해도 접촉을 막는 콘돔 같다. 외로움은 그 자체로 증대되고 확장되고 지속된다. 한번 그것의 영향을 받기 시작하면 떨쳐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 올리비아 랭, 외로운 도시

#03 나는 아름다운 사람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 아름다움은, 그것을 소유한 순간부터 이미 조금씩 사라져가는 이슬 같은 것이다. 그렇게 살면 힘들 것이다. 늘 자신에게 그 이상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 사람들이 겉모습 이면을 봐주길 바라는 것, 황홀한 몸과 반짝이는 눈과 숱 많고 윤기 흐르는 머리칼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기 때문에 사랑받고 싶어한다는 것.

#04 나는 눈을 감았다. 눈꺼풀은 정말로 살의 커튼에 불과하다. 눈은 늘 '켜져'있고, 늘 바라본다. 눈을 감으면 당신은 세상을 내다보는 게 아니라 눈꺼풀 안쪽의 혈관이 드러난 얇은 피부를 바라보는 것이다. 위로가 되지 않는 생각이다. 사실 그 생각을 충분히 오래하면 나는 아마 내 눈을 뽑아버리고 싶어질 것이고, 쳐다보는 것을 그만두고 싶어질 것이고, 늘 보고 있는 행위를 그만두고 싶어질 것이다. 이미 본 것은 보지 않는 것으로 되돌릴 수 없다. 이미 한 행동은 하지 않은 것으로 되돌릴 수 없다.

#05 내 심장에는 얼굴의 흉터만큼이나 두껍고 보기 흉한 흉터가 있다. 나는 그것이 거기 있다는 것을 안다. 손상되지 않은 조직도 조금은 남아 있기를 나는 희망한다. 사랑이 들어오고 흘러나갈 수 있는 부분이 작게라도 남아 있기를. 나는 희망한다.

#06 어떤 사람들, 나약한 사람들은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고립에는 아주 큰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깨달으면 다른 사람의 존재는 필요하지 않다. 혼자 자신을 돌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자신을 스스로 돌보는 것이 가장 좋다. 아무리 노력해도 다른 사람을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노력한다 해도 실패한다. 자기 주변의 세상이 붕괴되고 불에 타서 재가 된다.

#07 레이먼드의 손이 닿았던 자리에서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그저 순간이었지만 거의 눈에 보일 것 같은 따스한 손자국이 남았다. 인간의 손은 다른 사람을 만지기에 정확히 알맞은 무게, 정확히 알맞은 온도를 지니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08 내가 허영심이 많고 피상적인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나도 미국 시트콤에 등장하는 누군가처럼 '단골'이 있고 '평소'가 있는 사람으로 느껴졌다.

#09 나는 무언가인 척하는 것은 잘하지 못했고, 그게 문제였다. 활활 타오르던 그 집에서 일어난 그 일 이후, 거기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생각하면, 나는 세상에 진실하게 맞서는 것 말고는 어떤 것에서도 의미를 찾지 못했다. 내겐 말 그대로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옆에서 주의깊게 관찰하면서, 나는 사회적 성공은 종종 얼마간 뭔가인 척하는 것에 의거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인기있는 사람들은 때때로 별로 재미있게 느끼지 않는 것에도 웃었고, 특별히 하고 싶지 않을 것을, 같이 있는 게 특별히 좋지 않은 사람들과 같이 했다. 나는 아니다. 오래전에 나는 그러는 것과 단독 비행을 하는 것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단독 비행을 하겠다고 결심해싸. 그렇게 하는 편이 더 안전했다. 사람들은 슬픔이 우리가 사랑에 지불하는 대가라고 말한다. 그 대가는 너무 크다.

#10 이따금 우리는 뭔가를 감당하는 동안 그저 같이 앉아 있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