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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

[책001] 강남의 탄생 - 한종수, 강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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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탄생' 책 표지

 

2017년 즈음 빨간 책방 팟캐스트를 통해 흥미롭게 들었던 책입니다.

그 당시 짧게나마 삼성동에 살게 된 터라 강남의 역사를 자세히 알면 좋겠다 싶어 책을 구입했습니다.

그 후로 오랫동안 책장에 간직되어오다 최근에야 눈길이 가서 읽기 시작했어요.

 

2012년 유튜브 최초로 조회수 10억과 20억을 넘긴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세계적 인지도를 얻게된 강남.

저에겐 그보다 이전인 대학시절 과모임과 2000년 초반 직장이 역삼동에 있다는 이유로 친숙한 곳이었습니다.

책에서도 언급되듯이 강남은 저에게도 늘 동경의 대상이자 질투의 대상이었지요.

강남에 사는 친구들을 만나면 괜스레 기가 죽는 기분이 들었고

우리 부모님은 왜 그당시 강남에 땅을 사두지 않았을까 하는 철부지 같은 생각이 스치곤 했습니다.

 

강남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 다를 것입니다.

누군가는 한강 이남지역을

누군가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3구를,
또 누군가는 강남구와 서초구를 지칭하는 말로 여기듯이

저마다 머릿속에 다른 지도를 갖고 있지요.

 

저자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3구를 기준으로 하되 
여의도와 목동 그리고 경기도 과천시와 성남시(분당과 판교)를 아우르며
강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강남'이라는 말이 없던 시절 한강 이남에서 개발된 지역으로는 영등포가 유일했습니다.

그래서 '영등포 동쪽' 또는 '영등포와 성동 중간'이라는 뜻의 '영동'이라는 말을 더 많이 썼다고 해요.

그 당시는 '강북'이 곧 서울이었고 한강 이남의 시골 사람들은 강 건너를 '서울'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포화 상태가 된 서울의 인구를 이주시키기 위해 시작된 강남 개발 


그 외에도 강남 개발의 목적은

1. 안보 문제 해결을 위한 도심 기능의 분산

2. 엄청난 개발 가능 면적

3. 개발을 통한 정치자금 조성

4. 서울 도심과의 인접성

5. 자동차 시대의 도래
같은 여러 요인과 조건이 맞물려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한양 도성의 두 배가 넘는 땅을 완벽한 현대 도시로 바뀌는 데 걸린 기간은 10년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강남의 특징 중 한 가지는
강북과 다르게 아파트가 밀집되어 있다는 점일 것이에요.

한강변을 따라 일렬로 늘어서 있는 아파트를 보고 있노라면
획일적이고 멋없는 건축물에 실망감이 들기도 하는데요.

그렇게 지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책에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아파트 지구'로 지정했다는 것은 아파트 이외에는 건축이 안 된다는 말인데,
거기에는 침수 문제 외에도 철학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작은데 그나마 70퍼센트 이상이 산지다.
거기다 하천과 도로, 농지 등을 빼면 주택용지로 쓸 수 있는 땅은 3퍼센트 정도밖에 안 된다.
단독주택을 지어서는 서울 시내 전체에 집을 깔아도 천만 인구가 살 수 없다.
그러니 아파트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 그러면 에너지도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서울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지방에서 고층 아파트를 볼 때
이질적이고 아쉽게 느껴지는 건 저만일까요?

지역에 맞게 넓은 대지를 활용한 자연친화적 주거지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강남 이야기로 돌아가서 한 가지 흥미로웠던 사실은

삼성동에 무역센터를 짓기 위해 시공사를 선정할 때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코스트 피(cost fee)'방식이 채택되었다고 해요.

발주자 측의 예정 공사비가 먼저 제시되고

시공사가 챙겨 갈 이윤을 더 적게 써낸 업체가 낙찰받는 방식입니다.

실제 공사비를 절약하면 예정 공사비 중 절약한 부분만큼

시공사가 가져갈 수 있는 구조였어요.

 

일반 업체들이 30~70억 원의 이윤을 제시했고 한 업체가 과감하고 10억을 제시했으나,

낙찰은 '1원'을 제시한 극동건설에 돌아갔습니다.

극동건설은 돈이 문제가 아니었고 이런 기념비적인 건축을 담당할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두었다고 해요.

하지만 공사에 앞서 건설공제조합과 보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예정가와 낙찰액의 차액에 대한 보증 수수료는 1억 3,600만 원에 달했다고 해요.

1원 이윤을 남기기 위해 보험 수수료만 1억 원을 넘게 쓰는 희한한 일이 벌어진 것이죠.

제3, 4, 5 공화국 시절 동안 남덕우 무역협회장이나 극동건설이 잘 나갔던 것에 주목하며

둘 간의 유착을 거론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비리와 부패가 만연하던 시절.

강남 개발의 이면에는 무수히 많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성수대교와 삼풍 백화점 붕괴사고와 같은 인재를 낳은 것도 이와 결코 무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도시가 브랜드가 되는 요즘.

서울 아니 강남은 점점 더 확장되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쪽으로는 인천공항, 남쪽으로는 판교와 분당, 동쪽으로는 강동을 넘어 하남까지...

영역이 넓어지는 만큼 다양한 편의시설이 생기고 사람들의 삶의 질도 나아지겠죠.

치솟는 집값으로 인해 강남에 내 집하나 마련하기 힘든 세상이지만

더욱더 다양한 이야기를 담게 될 2030년의 강남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