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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26년, 다시 초심

by 앵그리 파이어 2026. 9. 5.

이 블로그를 개설하던 2020년은 코로나로 한창 사회가 혼란스럽던 시기였어요. 재택근무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미래에 대해 생각도 많아졌고요. 그러다 우연히 본 영상에서 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Movement에 강한 끌림을 느꼈어요. 그때도 투잡을 병행하고 있었기에 일을 열심히 해서 빠르게 돈을 모으고, 하루빨리 쉼이 있는 삶을 누리고 싶은 욕망이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목표로 잡았던 건 2025년까지 5년 안에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 은퇴하는 것.
그런데 2026년 9월 현재까지도 저는 은퇴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네요.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서? 돈을 모으지 못해서?
그보다는 그 사이 달라진 제 환경과 생각의 영향이 더 큰 것 같아요. 물론 아직까지 소비 습관을 크게 바꾸지 못한 것도 한몫했겠죠.
적다 보니 은퇴하지 못한 이유를 변명처럼 한가득 늘어놓게 될 것 같아 여기까지 하고!
오늘은 제가 생각하는 ‘은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돌이켜보면 저는 회사에 출근하거나 재택근무를 하지 않고, 내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막연하게 은퇴를 결심했던 것 같아요.

딱히 은퇴 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그저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은 마음이 컸던 거죠.

그런데 막상 회사 프로젝트가 지연되면서 여유가 생기고, 은퇴에 가까운 생활을 잠시 경험해보니 생각과는 조금 달랐어요.

시간이 충분한데도 오히려 예전보다 원하는 일에 대한 갈망이 적어지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지 못하더라고요.

지루함은 보너스처럼 따라왔고, 그러다 보니 별 의미 없는 생각만 많아졌던 것 같아요.

물론 해야 할 일을 완전히 놓고 지낸 건 아니지만, 지금의 모습으로는 ‘은퇴’라는 결실을 맺기엔 턱없이 부족한 노력이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도 그 과정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나라는 사람에 대한 메타인지가 조금씩 늘었다는 것이에요.

나는 시간이 조금은 부족한 듯 바빠야 하고, 그래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의욕도 생기고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됐어요.

 

우리가 은퇴를 생각하면서 항상 간과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바로 은퇴 이후의 삶이에요.

저 역시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만 컸지,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은퇴하면 재미있는 것들이 많으니까 이것저것 해봐야지.’ 그렇게 막연하게 상상했죠.

그런데 시간이 많아지고, 실제로 은퇴 이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생활을 잠시 영위해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내 삶이 정말 더 나아졌나?

몸과 마음은 분명 편안했어요. 하지만 그만큼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시간들이 아쉽게 느껴졌어요.

편안함과 만족감이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고요.

 

은퇴 이후에도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취미 생활을 하거나, 어떤 형태로든 생산적인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어요.

저는 한 가지 일에 오랫동안 몰두하는 것보다는 작은 일들을 다양하게 해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작은 활동들도 결국 결실을 맺으려면 꾸준히 이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요.

블로그만 해도 그렇잖아요.

꾸준히 글을 올릴 때와 한동안 방치했을 때의 접속자 수만 봐도 그 차이가 확연하니까요.

결국 중요한 건 시간이 얼마나 많으냐가 아니라,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계획했던 대로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을 담아, 오늘부터 다시 삶을 조금씩 정돈해볼까 해요.

저는 무슨 일을 시작하기 전에 방 정리를 하면 생각도 정리되고, 해야 할 일들이 조금 더 선명해지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이 블로그에 그동안 제가 하고 있는 일들과 그 과정에서 드는 생각들을 조금 더 담아보려고 합니다.

지금의 제가 하는 생각들을 시간이 지나 다시 돌아보면 어떤 느낌일지도 궁금하네요.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요?

하루를 조금 더 소중히 여기고, 어제보다 조금은 발전한 내가 되고 싶은 마음.

그 열망을 잊지 않고 다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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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한없이 시원하고, 뜨거운 햇살은 여전히 남아 있는 가을 어느 날의 다짐.